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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여행

장미경양식 _ 강원도 고성

40년을 간직한 시간의 맛, 옛날 돈까스 장미경양식

장미돈가스_돈가스
경양식 돈가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동해의 푸른 물결이 속삭이는 조용한 항구 마을 한켠에, 낡은 경양식 집 간판이 묵묵히 서 있다. 경양식전문 장미이라는 네 글자가 뿜어내는 정겨움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처럼 보는 이의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4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고성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추억의 보물창고다.

 

인근 거진전통시장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다. 2층에 위치한 장미경양식으로 올라가면 예전에 사용했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장미경양식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화려한 인테리어도, 최신 유행의 소품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켜켜이 쌓인 흔적들이, 이 공간의 깊이를 더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모든 것이 편안하고 반갑다. 벽 한 쪽에 여러 연예인들의 싸인이 걸려있다. 다수의 방송출연 경력이 있는 집이라 그 맛에 더욱 믿음이 간다.

 

장미경양식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장미경양식

 

장미경양식은 고성 사람들의 삶과 함께 성장해왔다. 학창 시절의 소풍 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돈가스를 먹던 기억.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 부모님께 돈가스를 사드리던 뿌듯함. 혹은 군대에 가기 전, 연인과 함께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던 아련함까지.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해 온 삶의 터전이었다. 당시에는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었던 경양식집의 존재는, 어린 시절의 우리에게는 마치 꿈과 같은 곳이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서툴게 쥐고 돈가스를 썰어 먹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지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장미경양식의 진정한 가치는, 변함없는 '맛'에 있다.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은, 수십 년의 노하우와 진심이 담겨 있다.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돈가스'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 속에는 부드럽고 촉촉한 돼지고기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 위에 듬뿍 뿌려진 짙은 갈색 소스는, 사장님만의 비법이 담긴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인위적인 맛이 아닌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이 소스는, 돈가스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크림스프에 후추를 살짝 쳐서 먹으면 옛 기억이 떠오른다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구성 또한 완벽하다. 요즘 경양식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옛날식 크림 스프는, 묽고 부드러운 맛으로 식사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면,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그 따뜻한 맛이 떠오른다. 김치와 단무지도 빼놓지 않고 반찬으로 나온다. 돈가스 옆에는 드레싱을 곁들인 양배추 샐러드가 정갈하게 담겨 있고, 상큼한 오이무침이 함께 나온다. 특히 오이무침은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이 모든 구성은,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처럼 조화롭고, 먹는 이에게 행복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장미경양식
김치와 단무지도 함께 나온다.

 

장미경양식 치즈돈가스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돈가스

 

장미경양식은 단순히 옛 맛을 고수하는 것을 넘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서두르지 않는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느리고 평화롭게 흐른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함께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장미경양식은 단순히 옛날 돈가스를 파는 곳이 아니다. 낡았지만 아름다운, 소박하지만 진심이 가득한, 그리고 과거의 가치를 현재에 이어가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장미경양식
경양식 돈가스

 

동해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고성에서, 장미경양식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붉은 장미가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하듯, 이곳은 그 시절에 대한, 그리고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맛, 빠르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공간. 당신의 소중한 추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면, 강원도 고성의 장미경양식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단순히 돈가스를 먹는 것을 넘어,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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